0. 공모전 참여 계기 - 첫번째 게임의 실패
평소 게임 개발 카페에서 마음이 맞는 분들과 미니 게임을 자주 만들었었는데, 처음으로 직접 기획과 팀 리드를 맡아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어 친한 분들 5명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2D 수박 게임이 유행하고 있었어서 “이걸 3D로 만들면 더 재밌지 않을까?”라는 가벼운 아이디어로 비교적 빠르게 개발을 시작했고, 그렇게 3D 수박 게임이 만들어졌습니다.
실제 플레이 영상, 플레이 타임은 한판에 30분 정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기획적인 실패에 가까웠습니다. 2D와 달리 3D에서는 공간과 충돌 범위가 크게 늘어나면서 초반은 너무 루즈하게 흘러가고, 후반에는 난이도가 급격히 올라가 흐름이 끊기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릇 모양을 바꾸는 등 여러 방식으로 밸런스를 조정해봤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게임 제작 카페에 배포 후 실제 플레이 피드백을 통해 이 문제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설계하지 못한 기획의 한계를 인정하고, 팀원들과 서로 독려하며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이후 공모전을 발견하고 함께 작업했던 개발자분께 새로운 도전을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나온 두번째 게임이 인디드라이브 공모전에서 2등을 한 `킥보드 좀 치워주세요` 라는 게임입니다.

https://mandlemandle.com/project/bangkick/game < 실제 WebGL에서 플레이 할 수 있는 링크
길거리에 방치된 킥보드를 빠르게 치우면서, 이상하게 타는 빌런들을 몸통박치기로 혼내주는 하이퍼캐주얼 아케이드 게임입니다.
1. 공모전 기획 아이디어 단계
당시 공모전의 조건은 ‘방치’라는 주제를 기반으로, 플레이타임 10분 이내의 WebGL 게임을 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해석의 방향에 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방치’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판단했습니다.
스토리적으로 풀지, 방치형 게임으로 갈지 등 다양한 의견이 오갔지만, 주제를 살리면서도 재미를 더하려다 보니 점점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부분이 생겼습니다.
이에 논의가 제자리 걸음을 한다고 판단해, 제가 아이디어를 객관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각자 심사 기준을 세우고 점수를 매겨보는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그 결과, 기존에 좋다고 생각했던 아이디어들은 탈락하고 의외의 의견들이 더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를 통해 스스로 만든 고정관념에 영향을 받고 있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고, 이후에는 각자 선택한 주제를 바탕으로 한두 페이지 분량의 세부 기획을 작성해 다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2. 최종선별 단계
저는 개발자가 방치한 게임에서 버그를 픽스하는 게임, 방치된 킥보드 게임, 애니멀호더(애완동물 방치) 관련 추리 게임 3가지를 제안하였고
수많은 의견을 나눈 결과
1. 장시간 플레이하는 온라인 게임이 아닌 공모전류 게임들은 한 판만에 임팩트가 있어야해서, 지루하지 않고 스피디하고 바쁜 게임이 인기가 있다.
2. 선택지 스토리 게임의 경우 유저 호불호가 굉장히 많이 갈릴 수 있다.
3. 킥보드 게임은 아이디어는 좋다. 그러나 1인칭으로는 길을 헤맬 수 있다.
이 세가지를 고려하여 방치된 킥보드를 줍는 게임으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3. 게임 기획 구체화
초반 기획과 최종결과의 다른 점이 있다면
거치대 재고가 비지않게 계속 채우는 게임(타이쿤) -> 놓치는 킥보드 없이 모두 줍는 게임(아케이드)으로 개편했습니다.
바꾼 이유는 플레이어가 킥보드의 제한 시간, 위치, 거치대별 재고 상태, 재고로 인한 고객 불만율, 지나가는 사람 체크 등등 신경 쓸 요인이 너무 많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간결하게 킥보드를 줍자! 그리고 이상한 사람들을 패자! 만 남겨두고 다 쳐내기로 했습니다
또한 직장인인 개발자님은 작업 시간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비동기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고려해 기획을 구성했습니다. 귀가 후 별도의 추가 설명 없이도 기획서만으로 바로 작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시스템 기획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문서화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직접 개발을 경험했던 덕분에 큰 소통 오류 없이 서로 다른 시간대에 작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4. 맵 디자인과 캐릭터 디자인
맵 제작 초기에는 전체 구조와 작업 순서에 대한 감이 잡히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맵 규모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이후 수정이 필요할 경우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명확하지 않았고, 길을 먼저 설계해야 할지 지형부터 구성해야 할지 방향을 잡기 어려웠습니다.
이에 지인의 조언을 바탕으로, 초기 단계에서는 큐브 블록을 활용한 간단한 레벨 디자인부터 시작했습니다. 이를 통해 전체적인 공간 구조와 동선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1차 맵은 강과 주요 도로를 중심으로 공간을 4등분하여 구성했습니다. 각 구역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도록 설계했습니다.
- 빌라촌: 언덕을 오르내리는 복잡한 구조로, 탐색의 재미를 강조
- 학교: 넓은 공간을 확보해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도록 구성
- 아파트: 깊이 있는 동선을 통해 들어갔다 나오는 흐름을 유도
- 공원: 자연스럽게 순환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
최종본입니다


최종 버전에서는 아파트 건물이 시야를 많이 가려 삭제하였습니다. 대신 상가 건물을 전부 몰아 배치하여 맵 구역을 다시 구성했습니다.
Low poly 스타일의 건물 에셋은 시중에 다양한 리소스가 있어 구매 후 활용할 수 있었지만 사용하지 않고, 동네 건물들(한솥, 다이소, 스타벅스, 편의점, 감자탕집 등)을 모티브로 제작했습니다. ‘방치된 킥보드’라는 일상적인 주제를 만약 배경이 해외 도시나 뉴욕과 같은 이국적인 환경이었다면, 사용자에게 주는 몰입감과 공감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인트로에 등장하는 사무실은 한국적인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중소기업 사무실과 사장실을 참고하여 디자인했습니다. 특히 녹색 책상을 활용해 현실적인 디테일을 더했습니다.
또한 사장실 벽에는 ‘승풍파랑(乘風破浪)’이라는 고사성어를 배치했습니다. 이는 바람을 타고 파도를 헤치며 나아간다는 의미로, 킥보드를 타는 이용자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과, 성공하길 바라는 CEO의 마음 두 가지를 상징적으로 담은 요소입니다.
7. 이펙트
부끄럽지만 초기에는 제가 이펙터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간단하다는 이유로 이펙트 사용을 배제하고 제작을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사용자 테스트에서 이펙트 부재로 인한 명확한 문제점들이 드러났습니다.
발견한 문제:
- 플레이어가 어디를 목표로 향해야할지 가이드 부족
- 맵 요소와 픽업 오브젝트 구분 불명확
- 긴박함이나 체력 감소 같은 중요한 정보를 인지하지 못함

이펙트를 추가하며 이펙트는 단순히 화려함이 아닌 정보전달의 수단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플레이어의 행동을 유도하고, 시스템의 반응을 전달하며, 게임 구조를 직관적으로 이해시키는 핵심 요소임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하이퍼캐주얼 장르의 '간단함'이 '적은 공수'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체감했습니다.
8. 출시 후 유저평가 및 심사위원 평가 그리고 패치
공모전은 한달간의 유저평가가 심사에 반영되기 때문에 참가자들끼리도, 일반 유저들도 참여하여 심사할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 좋게 써주셨지만 저희가 대략 이정도면 괜찮겠지하고 넘어간 부분을 전부 플레이어들이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깜짝 놀랐던 것 같습니다.

출시 직후 초기 리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첫 3일간 집중적으로 패치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부정적 리뷰는 삭제가 불가능했기에, 대규모 유저 유입 전에 빠른 개선이 필수적이었습니다.
저는 리뷰 피드백을 분석해 추가 리소스를 제작했고, 개발자님은 이를 반영한 업데이트를 진행하셨습니다.

결과적으로 심사위원 평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아 92개 참가작 중에서 2등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후기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하이퍼캐주얼 게임이 간단해 보인다고 실제로 간단한 것은 아니며, 이펙트가 게임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깨달았습니다. 게임 컨셉 기획부터 아트 리소스 제작, 출시 후 패치까지 전체 파이프라인을 경험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성장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프로젝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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